⟪경제 2.0⟫ 이후의 경제학을 기대하며
경제학의 첫 번째 강의를 막 마쳤다면, 이제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궁금할 수 있다. 학생이라면 계속 읽으면서 ⟪경제⟫가 앞으로 접하게 될 다른 교과서들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그리고 지금까지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무엇을 더 공부하면 좋을지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교수자라면 계속 읽으면서 코어 경제학의 경제학 접근법이 전체적인 경제학 지형도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코어 경제학의 접근법을 바탕으로 하는 중급 수준, 즉 2학년 수준의 강의를 찾고 있다면 다음 책들을 참고할 수 있다.
- Samuel Bowles and Simon Halliday. 2022. Microeconomics: Competition, Conflict, and Coordination.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PDF를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 Wendy Carlin and David Soskice. 2023. Macroeconomics: Institutions, Instability, and Inequality.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PDF를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전통적인 입문 경제학의 기준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다른 교재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Martin Osborne and Ariel Rubinstein. 2021. Models of Microeconomic Theory. PDF를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 Olivier Blanchard. 2020. Macroeconomics. Pearson, New York.
- Charles I. Jones. 2020. Macroeconomics. W.W. Norton & Co.
노스웨스턴 대학의 제프 엘라이가 진행하는 중급 강의도 흥미로울 수 있다. 강의 자료와 교수·학습을 위한 조언을 온라인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경제⟫는 현재 시점에서 경제학자들이 알고 있는 것 가운데 우리가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내용을 소개해 왔다. 아니,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른다. 늘 그래왔듯이 경제학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경제⟫ 집필에 영향을 준 세 명의 위대한 경제학자
1848년,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은 경제학 최초의 위대한 교과서인 ⟪정치경제학 원리⟫(Principles of Political Economy)를 출간했다. 이 책은 42년 뒤 알프레드 마셜(Alfred Marshall)의 ⟪경제학 원리⟫(Principles of Economics)에 그 자리를 내주기 전까지 영어권 세계의 대표적인 경제학 교과서였다. 밀의 독자들은 다음과 같은 구절을 읽고 안도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다행스럽게도 가치의 법칙[미시경제학]에는 현재의 저자나 미래의 어떤 저자라도 더 이상 밝혀야 할 것이 남아 있지 않다. 이 분야의 이론은 이미 완성되었다.
오늘날의 경제학 교과서 저자라면 누구도 실제로 이러한 주장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경제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시경제학 편에서는 대공황, 자본주의 황금시대의 종말,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가 거시경제에 대해 우리에게 가르쳐 준 교훈을 다루고 있다.
20세기 초에 핵심 사상을 정립한 세 명의 위대한 사상가는 오늘날 우리가 경제를 이해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들 모두는 ⟨위대한 경제학자⟩ 글상자를 통해 소개된다.) 1936년 대공황 시기에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는 자본주의 경제에서 왜 높은 수준의 실업이 지속될 수 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총수요와 그 결정 요인이라는 개념을 제시하였다. 불과 12년 뒤, 총수요는 폴 새뮤얼슨(Paul Samuelson)이 집필한 경제학 입문서의 핵심 개념이 되었으며, 이 교과서는 마셜의 경제학 원리에 담긴 많은 사상을 대체하면서, 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익혀야 할 표준적인 내용을 제시하는 책이 되었다.
두 번째 위대한 경제학자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riedrich Hayek)는 시장을 정보처리 시스템으로 이해하는 관점을 제시하였다. 1945년에 발표된 그의 가장 유명한 논문은 경제 시스템과 조직은 일부 사람들에게는 주어지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주어지지 않는 경제적으로 중요한 정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는지를 기준으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하이에크는 정부가 경제를 중앙에서 계획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없음을 강조하였다. 정보는 불완전하고, 획득하는 데 비용이 들며, 지역적으로 분산되어 있다는 그의 핵심 사상은 여러분이 학습한 노동시장과 신용시장에서의 불완전계약 이론의 토대가 되었다.
20세기 중반 경제학에 세 번째로 큰 기여를 한 인물은 수학자인 존 내시(John Nash)였다. 내시는 존 폰 노이만(John von Neumann)과 오스카 모르겐슈테른(Oskar Morgenstern)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경제적·정치적 행위자들 사이의 전략적 상호작용을 모형화하는 게임이론의 발전을 선도하였다. 그의 연구는 경제 현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였다. 내시는 많은 상황에서 사람들이 고정된 가격을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는 가격수용자처럼 행동하기보다는, 자신이 취하는 행동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고려하여 행동한다고 주장하였다. 내시균형은 실제 경제에서 나타나는 결과를 분석하는 하나의 방법을 제공하는데,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고려한 상태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을 선택한 결과가 바로 그러한 균형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들 사상가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으며, 또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러나 여러분이 읽어왔듯이, 우리는 그들의 이론을 어느 하나도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여러분은 정부의 총수요 관리 정책이 장기적으로 비자발적 실업을 상당 부분 제거할 수 있다는 케인스의 낙관론에 의문을 제기하는 다양한 모형과 실증적 증거를 접하였다.
시장의 실패와 경제적 불안정성의 문제는 정부의 역할을 사유재산권의 보호와 시장이 기능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 규칙의 집행에만 한정해야 한다는 하이에크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를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행동이 가져올 매우 복잡한 결과는 계산할 수 있지만 정작 서로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실패하는 개인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내시의 모형 역시, 현대의 행동실험과 인간의 인지능력에 관한 연구를 통해 그 타당성이 도전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인스, 하이에크, 그리고 내시의 핵심 기여인 총수요, 정보경제학, 그리고 게임이론으로 모형화된 전략적 상호작용은 현대 경제학의 기본 토대가 되었다. 20세기가 끝나기 전에는 이 세 가지 모두가 대학원 경제학 과정의 표준적인 교육 내용으로 자리 잡았다. 앞으로 여러분은 앤드루 마스-코렐(Andreu Mas-Colell), 마이클 윈스턴(Michael Whinston), 제리 그린(Jerry Green)의 ⟪미시경제이론⟫(Microeconomic Theory)이나 데이비드 로머(David Romer)의 ⟪고급 거시경제학⟫(Advanced Macroeconomics)과 같은 고급 교과서에서 이들의 영향이 경제학 전반에 얼마나 깊이 스며들어 있는지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코어 경제학의 독자적인 기준 모형 체계
총수요는 경제학 입문 과정에서 거의 즉시 핵심 주제로 자리 잡았지만, 비대칭정보와 게임이론은 대체로 입문 과정의 마지막에 가서야 소개되거나, 아예 다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학생들은 이러한 접근법을 자신들이 이미 배운 모형에 덧붙여지는 단순한 확장으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러한 이론들은 표준 모형의 두 가지 핵심 전제, 즉 기업은 가격수용자로 행동하며 완전한 정보 덕분에 완전계약이 가능하다는 가정을 경제 모형을 구축하는 기준적인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 자체에 도전한다.
새뮤얼슨이 경제학 입문서를 통해 총수요 개념을 널리 보급했던 것처럼, 코어 경제학은 정보경제학과 전략적 사회적 상호작용이라는 개념을 경제학 입문 단계에서 배울 수 있는 경제학 패러다임의 핵심 토대로 자리매김하였다. (과학적 패러다임이란 한 학문 공동체가 세계를 이해하는 기본 개념들의 집합으로서, 이는 해당 분야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입문 교과서에 구현되곤 한다. 과거의 패러다임은 밀, 마셜, 새뮤얼슨의 교과서들에 의해 각각 대표된다.)
또한 우리는 행동경제학, 경제동학, 제도경제학 등에서 이루어진 보다 최근의 발전도 함께 통합하였다. 그림 A에서는 전통적인 기준 모형(오늘날에도 여전히 대부분의 경제학 입문 교과서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과 여러분이 이 책에서 학습한 접근법을 비교한다. 대부분의 경우 왼쪽 열에 제시된 왈라스적 기준 모형이 대부분의 학생들이 먼저 배우는 표준으로 간주되며, 다른 모형들은 이로부터의 ’일탈’로 다루어진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가격수용자가 존재하는 시장을 표준적인 시장으로 보고, 독점적 경쟁은 그로부터의 확장, 또는 하나의 ’불완전성’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 Topics | 경제학개론 수업에서 다뤄지는 기본 내용 | 코어 경제학의 기본 내용 |
|---|---|---|
| 사람 |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사람, 이기적인 사람 | 인지적으로 제약에 처해 있는 사람(예를 들어 사람들은 현재에 치우친 결정을 한다). 자기이익말고도 공정성과 호혜성이라는 사회규범이나 지속가능성에 가치를 부여하는 등 다른 동기를 갖고 있는 사람 |
| 상호작용 | 경쟁시장에서 가격수용자들 사이에서의 상호작용 | 가격, 이자율, 그리고 임금의 설정을 둘러싼 상호작용, 전략적 상호작용. 그리고 비시장적 상호작용 |
| 기술 | 규모수익불변 혹은 규모의 불경제 | 뿐만 아니라 규모수익체증, 우하향하는 장기평균비용곡선, 양의 되먹임 |
| 정보 | 완비적 정보 | 때로는 불완비하며, 비대칭적이고, 입증할 수 없는 정보들 |
| 계약 | 완비적 계약. 비용없이 집행가능한 계약 | 노동시장에서 노동지출 정도, 금융시장에서 주의 의무 등의 경우 계약은 불완비적이다. 교통체증이나 지식과 같은 외부효과가 있는 경우에도 계약은 불완비적이다 |
| 제도 | 시장, 사적재산권, 정부 | 뿐만 아니라 비공식적 규칙(규범), 기업, 조합, 은행 |
| 역사 | 대부분 무시 | 대안적 게임의 규칙과 변화 과정에 대한 데이터 |
| 사람들 간의 차이 | 구매자와 판매자들 사이에서의 선호와 예산제약이 차이만을 고려 | 뿐만 아니라 고용주와 피고용인, 대부자와 차입자, 기업의 소유주의 제품의 소비자 사이의 비대칭적 지위를 고려 |
| 권력 | 시장 지배력, 정치 권력 | 뿐만 아니라 노동시장, 금융시장 등에서 타인에게 행사되는 주인의 권력을 포함한 구조적 권력, 교섭력 |
| 경제적 지대 | '지대추구' 행위를 통한 비효율성의 원천 | 잘 작동하는 사적 경제에서도 도처에 존재하는 것. 혁신의 인센티브, 더 열심히 일할 인센티브 |
| 안정성과 불안정성 | 경제는 스스로 안정화된다 | 안정성과 불안정성 둘 모두가 경제의 특징이다 |
| 평가 | 상호이득을 추구할 여지가 남아 있는지의 여부(즉 파레토비효율성)만을 다룬다 | 공정성도 다룬다 |
| 20세기 경제학의 기원 | 마셜, 왈라스, 케인즈 | 뿐만 아니라 슘페터, 내시, 오스트롬, 하이에크 |
그림 A 기존의 패러다임과 코어 경제학의 ⟪경제⟫ 대비. 이 그림과 그 배경이 되는 아이디어는 새뮤얼 볼스와 웬디 칼린의 ‘What Students Learn in Economics 101: Time for a Change’(Journal of Economic Literature, 58권 1호, 2020, 176–214쪽)에서 더욱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이 그림은 해당 논문에 실린 원래의 표를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오른쪽 열은 경제를 바라보는 매우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경제⟫를 공부한 여러분은 경쟁에 대해서도 이전과는 다른 시각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하이에크는 가격수용자들 사이에 균형이 성립한다는 가정을 받아들이는 순간, 경쟁에 대한 진지한 분석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지적하였다. 그는 새뮤얼 존슨(Samuel Johnson)의 정의를 따라 경쟁을 “다른 사람도 동시에 얻고자 노력하는 것을 자신도 얻기 위해 노력하는 행위”라고 규정하였다.
그는 이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수많은 수단 가운데, 이른바 ‘완전경쟁’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판매자가 여전히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얼마나 될까? 그 답은 정확히 ‘하나도 없다’이다. 광고, 가격 인하 경쟁, 그리고 생산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개선하거나 차별화하는 것은 모두 정의상 배제된다. 다시 말해 ‘완전’경쟁이란 실질적으로 모든 경쟁 활동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하게 된다.
이것은 단순히 어느 쪽을 선호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각국의 학생들이 경제학이 다루어야 할 핵심 과제라고 우리에게 말해 온 문제들에 답하고자 한다면, 오른쪽 열에 제시된 개념들은 필수적이다. 그림 B의 표에서 왼쪽 열은 학생들과 많은 사람들이 경제학이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들을 보여 주며, 오른쪽 열은 그러한 문제들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경제학적 개념들을 제시하고 있다.
| 현실 세계의 문제 | 핵심적인 경제학 개념 |
|---|---|
| 부⁠의 창⁠조, 혁⁠신, 그⁠리⁠고 성⁠장 | 슘페터주의적 (혁신) 지대, 불균형 |
| 환경 지속가능성 | 비시장적/사회적 상호작용, 타인을 고려하는 선호, 양의 되먹임, 불안정성 |
| 불평등 | 지대, 구조적 권력, 교섭력, 제도, 공정성 |
| 실업과 경기변동 | 노동시장과 금융시장에서의 불완비 계약 |
| 불안정성 | 정보로서의 가격, 그리고 가격설정의 동학 |
그림 B 경제학이 어떤 문제를 다뤄야 하는가에 대해 학생들이 말하는 바.
코어 경제학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해 나가는 프로젝트로 남고자 한다. 그림 A에 제시된 새로운 기준 모형 역시 새로운 문제, 새로운 데이터, 그리고 새로운 분석 도구가 등장함에 따라 언젠가는 다른 기준으로 대체될 것이다. 그러나 다른 과학 분야로부터 배우고, 또 그 분야들에 기여하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만큼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권력, 사회규범, 그리고 사회과학으로서의 경제학
20세기 중반의 또 다른 경제학자인 애바 러너(Abba Lerner)는 왈라스적 기준 모형이 성공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경제적 거래란 해결된 정치적 문제이다. … 경제학은 이미 해결된 정치적 문제들을 자신의 연구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사회과학의 여왕’이라는 지위를 얻게 되었다.
러너에 따르면 모든 거래에는 이해관계의 갈등이 존재하지만, 그 갈등은 거래 당사자들에 의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이 집행하는 계약을 통해 해결된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전통적인) 해결책이란 본질적으로 정치적 문제를 경제적 거래로 전환하는 것이다.”
완전한 계약을 전제로 하는 왈라스적 경쟁모형이 그대로 작동하는 세계에서는 정치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계약이 진정으로 완전하다면 권력이 행사될 필요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노동자가 계약에서 약속한 만큼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면 단지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하면 된다. 사용자는 해고 위협이라는 방식으로 노동자에게 권력을 행사할 필요가 없다. 계약 자체만으로도 기업이 이윤을 얻는 데 필요한 결과를 보장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왈라스적 모형의 이러한 특징이 바로 새뮤얼슨으로 하여금 “완전경쟁시장에서는 누가 누구를 고용하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러니 노동이 자본을 고용한다고 해도 상관없다.”라고 말하게 만든 배경이었다.
고용계약이 완전하다는 가정은 또한 사용자가 구직자의 성향이나 선호를 고려할 필요도 없음을 의미하게 된다. 예를 들어 그 사람이 얼마나 성실한 근로윤리를 갖고 있는지, 또는 근무 중 친구에게 DM을 보내고 싶어 하는 성향이 있는지 등을 신경 쓸 이유가 없다. 이러한 가정을 비롯하여 새뮤얼슨의 패러다임에 포함된 왈라스적 기준 모형의 여러 전제들 덕분에, 러너가 말한 ‘사회과학의 여왕’으로서의 경제학은 다른 학문에 의존하지 않고도 독자적으로 군림할 수 있었다. 따라서 경제학은 다음과 같은 여러 중요한 통찰을 사실상 무시해도 되는 학문이 되었다.
- 현실의 계약과 그 집행의 어려움을 연구하는 법학자들의 연구
- 실제 인간의 동기와 사고 과정을 이해하고자 하는 심리학자와 사회학자들의 연구
- 경제적 정의, 개인의 자유,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에 관심을 두는 철학자들과 시민들의 논의
- 기업의 위계적 조직 구조를 권력 체계의 한 형태로 이해하는 정치학자들의 연구
- 선사시대 이후 우리의 발전을 형성해 온 다양한 경제 제도를 연구하는 역사학자, 인류학자, 고고학자들의 연구
- 경제를 생물권의 일부로 이해하며, 경제 활동이 경제의 작동 방식과 지속가능성에 불가피한 외부효과를 미친다고 보는 생물학자, 생태학자 등의 연구
코어 경제학은 가격, 임금, 이자율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거시경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경제학의 다른 핵심 문제들을 이해하기 위해 이러한 통찰과 다른 학문 분야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코어 경제학은 완전한 계약을 전제로 하는 단일한 경쟁시장 모형을 통해 모든 경제활동을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사실에 의해 검증된 여러 모형 가운데 상황에 맞는 것을 신중하게 선택하여 경제를 분석하는 현대 경제학자들의 사고방식을 여러분도 배울 수 있도록 시도해왔다. 즉 경제를 다양한 제도와 행동 양식이 결합된 복합적인 체계로 이해하도록 초대하고자 했다.
앞으로의 여정에 행운을
경제학 공부를 계속하게 된다면, 여러분은 ⟪경제⟫를 통해 이미 익힌 개념, 사실, 그리고 분석 능력을 앞으로도 계속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경제학을 더 공부하지 않더라도, 언제든지 이 책으로 돌아와 배운 내용을 다시 되새기고 새로운 학습 자료를 찾아볼 수 있다. 어느 경우든 여러분은 변화하는 세계에 대응하여 경제학이 어떻게 계속 발전해 가는지를 보게 될 것이며, 또한 그러한 지식이 어떻게 더욱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도 알게 될 것이다.
